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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봐도 좋을 전시 : 다시보다, 한국근현대미술전좋아해요♡ 2023. 5. 29. 14:56
주말 이틀 내내 비온다고 집에만 있었더니 좀이 쑤셔 외출을 좀 했습니다. 3월에 인팍에서 얼리버드로 근현대미술전 티켓을 사 둔 게 생각났거든요. 비는 그치긴 했는데 습도가 미쳤네요. 어차피 습해서 앞머리 다 꼬부라질 줄 알았으면 차라리 머리 감지 말걸 그랬습니다. (어차피 낼 출근하려면 감아야하는데...)
사진으로만 봐도 꿉꿉함이 느껴집니다. 이런 날은 무조건 지지미원단 옷을 입어야 해요. 그래야 몸에 들러붙지 않습니다. 습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관람하는 전시라 설렜습니다. 집에서 이 곳까지 오는 데 너무 멀어 피곤했는데 오길 잘했습니다.
여러분, 혹시 이중섭의 황소라는 작품을 아십니까?
교과서에도 나오는 작품이다 보니 작가 이름은 몰라도 그림만 보면 어디서 봤던거다, 싶을 겁니다. 저도 처음 황소를 본 건 교과서에서 였어요. 그 당시엔 시험문제에 나올 수 있으니 알아둬야지, "이중섭-황소" 가 제가 입력한 데이터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국현미 전시에서 이중섭 화백의 '흰 소'를 본 적이 있는데요. 한참을 그 앞에서 떠나지 못했었습니다. 압도적인 캔버스 크기도 아니고, 화려한 색을 쓰지도 않았지만 선에서 느껴지는 강렬함, 그리고 왠지 모를 서글픔(그 옆에 적힌 작가의 사적인 일대기를 봐서 과몰입한걸수도...)이 자리를 떠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한국근현대미술전은 이중섭의 흰 소를 보기 위해 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얼리버드로 예매해서 9900원에 결제 개-꿀!)
다시보다 한국근현대미술전
위치 : 소마미술관 1관(8호선 몽촌토성역 번 출구에서 걸어가면 5분)
전시기간 : 2023. 4. 6 ~ 2023. 8. 27
운영시간
*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시간: 10:00 ~ 19:00(입장마감 18:00)
* 문화가 있는 날(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21시까지 연장 개관 (입장마감 20:30)
★공휴일 전시 진행 및 대체 휴관 일정
6월 5일(월), 6월 6일(화) 현충일 정상 오픈 → 6월 7일(수) 휴관
8월 14일(월), 8월 15일(화) 광복절 정상 오픈 → 8월 16일(수) 휴관
금액 : 성인 기준 13,500원
-내부 사진 촬영 가능 / 영상 촬영 불가능
-화~금요일 오전 11시 / 오후 2시 / 오후 4시 도슨트 제공소마미술관은 정말 찾기 어려운 거 같아요..미술관같이 안 생겨서 그런가
두번째 방문인데 또 헤맸습니다. 올공을 삥- 둘러 먼 길로 소마미술관에 당도했습니다.
소마미술관 휴관일 꼭! 확인하고 방문하세요. (이동네는 너무 멀어요...ㅠ_ㅠ)
데스크에서 표를 받고 들어서면 바로 그 작품, 황소가 맞이해 줍니다.
휴..벌써부터 너무 좋네요. 프린트가 아닌 실물로 꼭 보아야 합니다.
장욱진 화백의 작품으로 시작합니다.
주로 가족, 일상, 따뜻함이 느껴지는 작품들이예요. 제가 반려동물을 키워서 그런지 특히나 그림에 동물이 있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그림마다 닭, 강아지가 보여서 자세히 살펴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박수근 화백의 작품입니다.
선으로만 그려진 그림인데 저 원근감이 느껴지는 게 정말 좋습니다.
사진으로 찍으니 실물의 감동이 10%밖에 전해지지 않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저 시대에 살지 않았음에도 그림을 보는 순간 경복궁에 가면 가슴이 아리다는 전생공주처럼 괜히 뭉클해졌어요.
오후 4-5시 정도 됐을 것 같은 차가운 공기, 골목 안 조용한 분위기 같은 것들이.....
소녀에게 업힌 아이 다시 봐도 신기해요.
진짜 선만으로 등 뒤에 아이를 업은 게 묘사되는 게....
작가별로 작품을 쭈욱 모아놓아서 그 다음은 이중섭 화백의 작품들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흰 소는 없었습니다. 황소와 다른 작품들,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들었고 오래 머물렀던 이중섭이 아내에게 쓴 편지들이 있었어요. 저는 작년에 국현미에서 읽었기 때문에 패스...
다음 섹션으로 넘어가기 전, 작가 연표가 있는 공간입니다. 작가의 개인적인 생활이라던가, 어떻게 별세했는지 등...작품 말고도 정말 그 작가의 삶을 나열한 표였어요. 하나 하나 읽어보는 데 아주 유익했습니다.
섹션마다 전시실을 나뉘어져 있는데 바닥에 있는 화살표를 따라가면 아주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화살표 있는 전시장 너무 좋아요..
전시 작품 중 가장 유니크했습니다. 프랑스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아주 지극히 한국적인 옷을 차려입은 자화상입니다.
저는 작가 자화상이 정말 좋아요. 작가 화풍으로 그린 본인의 얼굴이라는 것이 말이죠. 오늘 본 전시 중 가장 좋았던 변월룡 화백의 자화상입니다. 색감이나 표현이 정말 세련되지 않았나요?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건데 전시장 조명 빛을 받아 반짝이는 데 그게 그렇게 아름답습니다. 사진으로 캡쳐할 수 있을까 여러 번 찍었는데 전혀 안 느껴지네요. 아쉽...
아래는 월북한 작가 이쾌대 화백의 '해방고지' 입니다.
미켈란젤로, 르네상스가 떠오르는 화풍입니다.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었을 때를 표현한건데 마냥 밝고 활기찬 분위기는 아닙니다. 사실인지 의심하고 있는 듯한 굳은 표정의 사람도 보이고, 우측 하단엔 이미 죽은 사람을 붙들고 있어 해방 따윈 귀에도 들어오지 않는 것 같은 사람도 보이고요. 해방했다고 해서 이미 잃은 것들을 다시 되돌릴 순 없는거니까요.
실제로 그림 사이즈도 꽤 크고 전시 중 봐왔던 그림보다 화풍이 달라서 이 작품 앞에서 꽤 오래 머물렀던 것 같아요.
천경자 화백의 작품입니다.
아, 사진으로 찍지 않았는데 초원2도 있습니다.
마지막 섹션은 조각입니다.
지하 전시실에 있어요.
문신 작가의 저 말이 너무 멋있는 것 같아서 찍었습니다.
이거 꾀돌이같이 생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무식한 소리 미안합니다.
전시를 다 보는 데에 대략 1시간 30분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일부러 조용히 보고 싶어서 개관한지 30분밖에 안됐을 시간에 간거였는데 사람이 진짜 많았어요. 특히 성인팟보다는 한 80%가 아이를 데려온 가족이었던 것 같아요. 초딩친구들 꽤 집중해서 보던데 귀엽고 부러웠습니다. 나도 어릴 때부터 이런 전시 많이 봤으면 좀 더 감정이 풍부한 어른이 될 수 있었을까..
시간이 약간 안 맞아 도슨트를 듣진 못했는데 다음에 다시 간다면 그 땐 도슨트도 꼭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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