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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나에겐 물음표의 바다
    좋아해요♡ 2022. 8. 28. 11:35

    친구와 남대문에 볼 일이 있어 외출하는 김에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를 보러 다녀왔습니다. 오전 일찍부터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왠지 하루가 26시간인것 같은 기분!) 친구와 10시에 만나기로 하고 조금 일찍 국현미 앞에 도착했습니다. 날씨가 좋아 맞은편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아이들도 현장학습을 나왔더라고요. 

     

     

     

     

     

    이번에 본 전시는 지난 4월부터 시작해 다음달이면 종료되는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입니다. 저는 전날 즉흥적으로 선택해서 본 전시라 사전정보가 부족했는데요. 역시 아는만큼 보이는 법! 작가의 이력이나 인터뷰를 본 후 관람하면 더욱 재밌을 것 같습니다.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위치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서울시 종로구 삼청로30)
    전시기간 : 2022. 4. 29 ~ 2022. 9. 18
    운영시간 : 월/화/목/금/일 10:00 ~ 18:00 수/토 10:00~21:00
    금액 : 서울관 통합 관람권 4,000원
    -주차장 이용요금 시간당 3,000원 
    -내부 사진 촬영 가능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오디오 가이드 제공 
    -영상이 주가 되는 전시입니다. 관람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앞뒤 약속있는 경우 꼭 참고하길!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통해 사전예약 할 수 있으나 현장예매도 가능

     

     

     

     

     

    히토 슈타이얼 작가는 독일의 미디어 아트 작가입니다. 2017년 아트 리뷰에 선정한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는 아시아 첫 개최이기도 해요. 전시의 제목에서도 예상되듯이 빅데이터, 디지털, 가상세계, 자본주의, 팬데믹 등과 같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세상을 철학적으로 풀어냅니다. 미디어 아트 작가이면서도 비평가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답게 현대 데이터 사회를 마구 꼬집습니다. 관람하는 내내 블랙코미디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이크 다큐처럼 진지하고 본격적이지만 중간중간 섞여 있는 풍자적 요소에 어? 하게 만드는데요. 이것 또한 현실과 가상, 가짜와 진짜가 뒤죽박죽 섞여버려 걸러내지 못하는 요즘의 세태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미션 완료 : 벨란시지>, 2019, 47분 23초

     

     

    전시의 초반부 보게되는 첫 영상 작품입니다. 3개의 세로형 패널에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3명의 인물이 나옵니다. 이것을 <렉처 퍼포먼스>라고 하는데요. 말 그대로 렉처(lecture,강연) 자체가 퍼포먼스인 것입니다. 아마 대부분 '발렌시아가'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한 때 유행했던 스피드러너

     

     

    영상 속 끊임없이 설명하는 '벨란시지'는 '발렌시아가 방식'을 뜻합니다. 발렌시아가를 브랜드로써 해석하지 않고, 어떤 파급력을 갖고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하며, 그것을 '벨란시지'라 명한다는 겁니다. 즉, 발렌시아가가 SNS속에서 업르도되고 공유되며 계속해서 패션계를 넘어 정치, 사회, 문화의 영역까지 도달하는 방식을 벨란시지라고 부르는 건데요. 저는 이러한 현상들을 브랜딩하는 개념으로 생각했었는데 데이터로써 볼 수도 있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작품들은 모두 영상 형태이기 때문에 한 작품당 관람시간이 15분에서 길게는 60여분까지도 됩니다. 그래서 관람할 수 있게 비치한 의자형태들도 굉장히 독특했어요. 주말이었지만 오전 개관하자마자 들어가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아 편하게 앉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어두운 공간에 마치 미션임파서블을 떠올리게 하는 LED줄조명이 쳐져 있고 그 안에 해변에서나 볼 법한 썬베드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23분에 달하는 영상이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었던 작품입니다. 

     

     

     

    <태양의 공장>, 2015, 23분.

    현실세계의 육체 노동이 데이터 노동으로 치환되는 데이터 사회의 세계상을 담고 있습니다. 줄거리는 대략 이러합니다. 영상 속 주인공인 율리아는 태양의 공장이란 게임을 코딩하는데요. 이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스튜디오 노동자들에게 황금색 모션 캡처 수트를 입히고 끊임없이 춤을 추게 합니다. 노동자들이 춤을 출 때마다 센서를 통해 치환되는 데이터는 태양 에너지로 바뀌고 이것들은 게임에 활용됩니다. 버추얼 게임이 큰 틀이기 때문에 가상과 현실을 오고가며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 이것은 현실이다'라는 주제를 계속해서 상기시킵니다. 

     

    정말 쉴새없이 춤을 춥니다. 그리고 잘 춥니다. 저렇게 춤추면 살도 안찌겠다 싶었습니다. 썬베드에 누워서 23분 내내 황금색 쫄쫄이를 입고 춤추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정신이 혼미해져 옵니다....ㅋㅋㅋㅋㅋ그리고 중간에 긴토키랑 조사병단도 나옵니다. (이거 다 아는 얼굴들이구만...) 

     

     

    병장님 키 작은것까지...고증할 필욘 없었잖아요..

     

     

     

     

    작품 영상들이 대부분 몇십분 이상으로 길고, 내용도 난해하기 때문에 사실 전부 이해하기 힘듭니다. 친구와 저도 어엉??엥???? 한 것들이 대부분이었고요. 하지만 작가의 인터뷰를 보고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제 전시를 볼 때 굳이 한 번에 모든 내용을 다 알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여러분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마음에 드는 서너 작품 위주로 편안하게 봐주길 바라요.”

     

     

    그래도 전시 초입에 비치된 책자 한권씩은 꼭 챙겨서 관람하는 걸 추천합니다. 비록 100% 이해는 하지 못하더라도 메인 주제 키워드를 아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이것이 미래다>, 2019, 16분

     

     

    <타워>, 2015, 6분 55초

     

     

    <유동성 주식회사>, 2014, 30분 15초

     

     

    <Hell Yeah We Fuck Die>, 2016, 4분 35초

     

     

    <자유낙하>, 2010, 33분 43초

     

     

     

    사실 모든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진 않았는데요. 그럼에도 1시간 40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데이터의 바다(해,海)는 저에게 난해(解)했지만 비판적 인사이트를 넓혀주는 전시였습니다. 

     

     

     

     

     

    (+)

    통합 관람권으로 예매했기 때문에 바로 옆 갤러리의 <감각의 공간, 워치 앤 칠 2.0>도 함께 관람했습니다. 큰 공간의 벽면마다 영상 형태의 미디어 아트를 관람하고 지하3층으로 내려가 관람하면 되는데요. 이 곳은 동영상 촬영이 금지입니다! 이걸 모르고 촬영했다가 주의를 받고 호다닥 삭제했어요ㅠㅠ 

     

     

     

     

    보는 촉각. 고등학교 때 배웠던 공감각적 표현이 생각나는데요. 왼쪽의 <레이어-흐름>은 색색의 반죽들이 회오리모양으로 쌓이는 모습입니다. 화면 패널 옆 연결된 헤드폰을 꼭 들어보세요! 반죽들의 질척한 질감이 ASMR로 나오는데 소름이 샥 돋습니다. 그 옆 <자라남>은 3D스캐닝을 통해 만들어진 나뭇가지, 버섯같은 형체에 세포처럼 무언가가 계속 생성되고 자라나는 모습입니다. 저는 이 작품 너무 좋았는데요.(그래서 영상찍다가 혼난..ㅠㅠ) 같이 간 친구는 징그럽다고 싫어했습니다... 환공포증 있으면 극혐할 것 같네요. 

     

     

     

     

     

    지하3층으로 내려가면 포장충전재같이 생긴 것들로 만들어진 전시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남은 것들은 의자로 재활용해서 직접 앉아볼 수도 있는데 왠지 내려앉을 것 같아서 영 불안.....

     

     

     

     

     

     

     

    마지막으로, 다음달 초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현대차 시리즈 : 최우람 <작은 방주> 전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한창 준비중인 것을 슬쩍 봤는데요. 흥미로워 보였어요! 다음달에 다시 삼청동에 가게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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