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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이직, 잘한걸까근황토크 2023. 5. 20. 16:53
스타트업으로 이직한지 6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동안 블로그를 방치했는데 몇몇 포스팅이 꾸준히 방문자를 만들어냈네요 .기특한 것 같으니라구...후후
작년 초가을,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면서 정말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난 노션, 슬랙, 지라..이런거 하나도 모르는데 어떡하지' 와 같은 걱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 자신감을 팍팍 깎아먹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스스로 똥멍청이 같다고 느낄 때였음...ㅠㅠ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아주 잘 적응했답니다!!!!!!
물론!
아직도 매일을 챌린지하는 마인드로 일하고 있습니다.
역시 회사는 쉬운 곳이 없네요. 제가 겪은 스타트업은 이래요.
1. 생각보다 더 아무것도 없습니다
진짜 대박..대박적으로 제로베이스예요. 문서 템플릿? 정책? 프로세스? 이런거는 그냥 입사하면 본인이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저는 직전, 전전 회사 모두 사내규정이 빡센 곳에 다녔었거든요. 문서 제목도 양식대로 해야하고 결재도 본인 도장을 스캔해서 그걸 png로 전자결재시스템에 등록해 승인할 때 그걸로 찍어야 하는 미친 회사를 다녔어요..^_ㅠ
그래서 그런지 처음 스업 왔을 때 우연히 다른 직원이 품의서 첫 줄에 '안녕하세요' 적는 거 보고 속으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메일쓰냐고...)
암튼 진짜 아무것도 없고, 직장생활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 꽤 많아서 처음엔 좀 혼란스러웠었어요. 오랜만에 "이러고도 회사가 돌아간다고???"를 느꼈습니다. 약간 회사 코스프레하는 동아리 같기도 하고...
2. 하나만 할 수 없어요
저는 브마로 입사했는데 현재는 오프라인 행사부터 퍼포먼스 마케팅, B2B, 전시, 콘텐츠, 기획 등 그냥 닥치는대로 다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칩니다 진짜...ㅎ ㅏ....
개발자에게 '스택'이란 게 있듯이 마케터도 브마, 퍼마, 콘마 등등...주력(?) 마케팅이 있는데 규모가 작은 IT스타트업에선 그런 것까지 헤아려 주진 않는 것 같아요. 마케터는 그야말로 잡케터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제 경력들이 진짜 이것저것 다 해본 케이스라 어찌저찌 해내고는 있는데...과연 이런 커리어패스가 맞는건가 요즘 자꾸 그런 생각이 드네요.
3. 탑다운을 두려워 합니다
수평적 조직이 마냥 좋은 건 아니더군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다 못해 천국을 가기도 합니다. 탑다운은 꼰대다, 그러니 모두의 얘기를 듣겠다 <- 이거에 매몰되어 일이 시원하게 진행되지 못할 때가 많아 답답하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회의도 많습니다. 이건 저희 회사 케이스일 수도 있는데요. 자유롭게 의견 내는 것에 익숙한 분위기이다보니 하나를 결정할 때도 온갖 의견이 다 나와요. 그러면 대부분 결론이 안 난 채로 또 다음 회의로 이어지는.....차라리 까라면 까는 조직이 나에게 더 맞겠다 싶긴 합니다. (
그렇게 맨날 분석하고 회의하고 의견 나눌 시간에 뭐라도 하나 뽑아냈겠다 어휴)4. 회사 자금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 스업들 거품 다 꺼지고 진짜 성장력있는 스업들만 살아남는 시기입니다.
정말 저는 10년 직장생활하면서 처음으로 회사 재무에 대해 걱정을 해봤습니다. 예전같으면 회사돈=사장돈 이라서 남의 일이었는데 이젠 회사가 돈이 없으면 제가 길거리에 나앉을 수 있으니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더라고요. 확실히 안정적인 환경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혹독한 곳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회사가 힘들어지면 가장 먼저 자금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인건비 줄이기니까요.
그럼에도, 스타트업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어요.
1. 결재가 빠르다
제 위에 C레벨 승인만 받으면 끝입니다. 웬만한 결재는 당일 완료 가능합니다. (로켓결재임..) 하 진짜 부서장들 며칠이고 결재 승인 안해줘서 맨날 방 찾아가서 결재좀...🙏🏻 하던거 생각하면 아직도 열불이 치솟습니다. 심지어 알겠다고 하고도 까먹고 안해서 두번 찾아가게 만든 이** 본부장 늘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다.
2. 근태 free
솔직히 말해서 이게 웬만한 단점 다 뿌수는 최고의 장점 같아요. 요즘 재택을 많이 없애는 추세라고 하는데 저희 회사는 아직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요. 자율근무제+재택근무라서 출근이 필요할 땐 지옥철 피크타임 피해 11시쯤 느긋하게 출근했다가 퇴근합니다. 저희 회사는 완전 자율근무제라 1일 8시간이 아니라 한 달 기준으로 근무시간을 체크합니다. 그래서 야근하면 담날 일찍 가거나, 약속있는 날은 4시쯤 일찍 퇴근했다가 나중에 야근하거나 해요. 재택은 보통 주3회정도 하는 것 같네요.
재택근무할 때의 내 모습과 다를 게 없음 3. 나의 결정을 빠르게 실현시킬 수 있다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보완해서 나중에 더 잘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실패가 무섭지 않습니다. 저는 굉장히 겁많고 의심많고 걱정많은 성격입니다. 또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해 완벽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언갈 해야할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런데 이 곳에 와서 그런 단점들을 많이 고쳐나가고 있습니다. 늘 시간에 쫓기고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아무리 용을 써도 완벽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현실을 받아들였습니다. 일단 하고 보자! 문제가 생기면 그 때 어떻게서든 땜빵칠 수 있다(?) 이런 깡패마인드로 일하다 보니 좀 더 적극적이고 추진력 있는 성향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아웃풋을 보면 직전 회사에서 했던 것보다 스타트업에서 뽑아낸 아웃풋이 두 배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미친듯이 굴렀....)
이제 곧 스타트업에서의 1년이 머지 않았어요. 과연 이직을 할지...계속 다닐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혹시 저처럼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희망하거나 고민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이 포스트가 참고 되었으면 합니다.
p.s.왜 장점보다 단점이 하나 더 적냐고 묻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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