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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일리백수 : 3개월간의 백수생활을 종료하며
    근황토크 2022. 8. 18. 17:13

     

     

     

     

    얼마 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3개월...그러니까 정확히는 2개월2주간 백수로 지냈습니다. 

    무계획 퇴사 후 공백기가 불안했지만, 대책없이 행복한 감정이 더 컸습니다.

    전전직장에서 전직장으로 이직할 때 쉬지 않고 바로 갈아탄 케이스라 이렇게 오래 쉬어보는 건 4년만이거든요ㅠㅠ

     

    당연히 언젠가는 취업을 해야하는 거겠지만 이렇게 백수생활을 마치고 다시 직장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쉬움이 드네요. 사실 최종으로 합격한 두 곳과 '그냥 좀 더 쉴까'...하는 3가지 선택지가 있었는데요. 마지막 결정을 하기까지 굉장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1) 더 쉴 것인지, 취업을 할 것인지 2) 취업을 한다면 어느 회사로 갈 것인지. 

    그래서 엑셀에 가야하는이유/망설여지는이유를 리스트업하고 주변에 조언을 얻을 수 있는 분들께 물어 물어 아쉽지만 휴식기를 종료하고 직장인으로 돌아가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길고도 짧았던 백수생활을 종료하며 어떻게 살았는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문화생활 맘껏 즐기기

     

    10주동안 11개의 전시, 1개의 뮤지컬을 관람했습니다. 뮤지컬을 맘껏 보고 싶었지만 긴축재정상태였기 때문에 저렴한 전시나 무료 전시 위주로 많이 다녔습니다. 서울 시내에 무료 전시가 정말 많더라고요. (국중박 최고bb) 인터파크나 네이버에서 '서울무료전시'로 검색해 오늘은 뭘 보러 갈까나~ 골라보는 재미가 꽤 쏠쏠했답니다. 사실 이런쪽으로는 그동안 문외한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미술,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2) 그래도 규칙적인 생활하기

     

    비록 백수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늘 8시쯤 일어나서 매일 같은 모닝루틴을 수행했어요. 

    일어나자마자 환기를 시키고, 바닥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고양이 밥을 주고, 화분 물도 주고, 마지막에는 씻는 루틴! 

    물론 몇몇일은 한없이 늘어지긴 했지만^^; 대부분 회사 다닐 때처럼 규칙적인 싸이클로 생활하려 노력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제 에프엠 성향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네요. 

     

     

     

     

    3) 과소비 하지 않기

     

    일을 할 땐 스트레스로 배달음식을 주3회씩 시켜먹었던 것 같아요. 또, 스트레스 받는다는 핑계로 굳이 사지 않아도 될 옷을 사고요. 불필요한 소비로 카드값이 월급에 육박할 정도로 막 사는 인생이었...습니다. 반성 또 반성!! 

    하지만 당장 무소득 백수가 되다보니 정신차리고 아껴살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치킨 먹고 싶으면 냉동실에서 닭가슴살 꺼내 에프 돌려먹고, 외식하고 싶으면 동네시장에서 4천원짜리 국수 사먹고...사실 평일에는 혼자 돌아다니니까 옷도 편한거 입고 그랬습니다. 어차피 평일낮에 나랑 놀아줄 백수가 주변에 없었기 때문에ㅠㅠ 평일엔 혼자 뽈뽈 돌아다니고 주말엔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일단 식비가 굉장히 많이 줄었어요. 전회사에는 식대지원 안해주는데 밥값이 워낙 비쌌어서...커피 마시고 점심먹으면 하루에 못해도 만오천원은 훅 써버리곤 했던터라. 엥겔지수가 낮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지출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좌) 동네시장의 4천원짜리 잔치국수. 김치는 무한리필!  / (우) 채소와 소고기 15,000원어치로 샤브샤브 2번 해먹을 수 있다.

     

     

     

     

    4) 포트폴리오 정리하기

     

    쉬면서 그동안 제가 노력했던 흔적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력서는 원티드에서 제공하는 템플릿으로 작성하고 포트폴리오는 노션으로 제작했습니다. 노션알못이라 구글링으로 다른 사람들의 노션 포트폴리오를 참고해 뚝딱뚝딱 만들어 봤는데요. 블록 개념 정도만 이해하면 큰 어려움 없이 만들 수 있습니다. 온라인강의 사이트에 노션강의가 있긴 하던데...포트폴리오 제작 정도는 굳이 돈을 쓸 필요까진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콘마나 퍼마같은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되기보단 잡케터식으로 일을 해왔어서(ㅠㅠ) 업무스콥이 넓은 편입니다. 그래서 상단에는 다녔던 회사별로 했던 업무를 간단히 기재하고 그 밑으로는 업무범위(콘마/pm/프로모션 등)로 분류해 보여주었습니다. 

     

     

    5) 면접 보러 다니기 

     

    퇴사할 당시만 해도 휴식이 절실했기 때문에 간간히 이력서 넣어보고 안되면 더 쉬지 뭐,란 생각이었습니다. (6개월까지 놀 생각을...) 퇴사 직후라 그런지 서류합격률이 나쁘지 않아 감사하게도 스타트업 면접을 몇 번 보았는데요. 합격여부와 관계없이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회사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또 CEO와 면접을 보면서 창업히스토리도 들을 수 있었고요. 제가 알고 있던 세계가 확장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정말 후진 스타트업도 있었습니다....ㅋㅋ 대놓고 "우린 10시 이전에 퇴근안한다"며 야근을 강요한다던가, 제가 이전에 다녔던 회사에 대해 아는 체 하면서 "거긴 마케팅 별로지 않나?" 라고 하는 정말 무례한 회사도 있었어요. 그럼에도 다양한 분야의 CEO와 실무자들을 1:1로 만날 수 있는 경험이었기 때문에 즐거웠고 자기계발욕구 뿜뿜하게 만드는 나름의 이벤트였던 것 같아요.

     

     

     

     

    6) 미지의 세계 맛보기

     

    아직도 ppt로 스토리보드를 그리고, 그룹웨어 메신저와 카카오단톡방으로 협업하는 회사만 다녀봤던지라 툴 사용에 대한 욕구가 컸습니다. 트래킹, CRM툴을 써보긴 했지만 세일즈포스, 앰플리튜드, 브레이즈와는 거리가 먼....지금은 많이 쓰지 않는 툴이나 아예 자체 개발한 솔루션을 사용했거든요. 위에서 계산기 두드려보니 내부개발팀 달달 볶아서 솔루션 뽑아내는 게 더 저렴했겠죠....ㅠㅠ 여튼 요즘 웬만한 회사에서는 다들 쓴다는 툴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사용한 경험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이것 저것 건드려보자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저는 앱개발 노코드툴인 Adalo와 지금은 안 쓰는 것 같은 카카오 오븐, 피그마, 그리고 SQL을 공부했습니다. 공부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메뉴 이것저것 눌러봤다, 정도 되겠네요. 아직은 포토샵이 더 손에 익은 사람이라 피그마의 컴포넌트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 조금 버벅였지만 재밌었어요. 피그마의 이지모드가 카카오 오븐이 될 것 같은데요. 오븐은 카카오에서 버린...거죠? 출시된지 몇 년은 된 것 같은데 아직도 BETA딱지 달고 있는 걸 보면요. 제공되는 기능이 다양하지 않아서 한글이라는 장점 말고는 정말정말 아주 간단한 프레임잡는 정도로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Adalo는 노코드툴 중 하나인데요. Glide보다 자유도 좀 더 높은 툴이라고 해서 러프하게 주제 잡고 화면 몇 개 만들어봤어요. 기본적인 템플릿 제공도 되고, 사용자 커뮤니티도 굉장히 잘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 아달로 포럼에 질문글을 올리면 1시간도 안 되어서 커뮤니티매니저가 직접 해결방법을 화면 녹화하여 답변해 줍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려면 존재하는 기능을 쓰는 게 아니라 편법으로 작업을 해야하더라고요. 막 이것저것 기능 짬뽕해서 일단 작동은 시켜놓는 것 같아서 정교화하기엔 적절치 못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되긴 되는데...어딘가 찝찝..) 

     

    (좌) Adalo 화면 / (우) 포럼(커뮤니티) 답변을 영상으로 보내준다 우왕!

     

     

     

     

     

     

    정리해보니 이것저것 잘 먹고 잘 돌아다니면서 휴식을 가진 것 같아 뿌듯하고 스스로 대견합니다! 후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백수라이프가 그 어느 때보다 귀하고 또 귀하게 느껴지는데요ㅠㅠ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서 오늘 7시에 일어났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저의 소망은 "입사할 회사에 잘 적응했으면 좋겠다.", "1년은 버텨보자!" 입니다. 

    평일낮 한가롭게 여유부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도 후회없이, 즐겁게 보낼거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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