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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직무 취준생 필독 : 현역 마케터가 알려주는 마케터의 진짜 하루일과배움의 고통 2020. 5. 7. 23:59
마케터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갠지나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프로의 모습? 아니면 동료들과 열띤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모습? 트렌디하고 생각이 통통 튀는 사람들만이 마케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저는 e커머스 기업 마케팅팀에서 대리로 일하고 있습니다. 잠시 홍보대행사에 재직했던 경험도 있고요.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직장 짬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쪽(?) 업계에서 일하며 느낀 바를 "마케터는 000다" 한 문장으로 나타내자면 "마케터는 내부 상담원이다" 라고 감히 정의내리고 싶네요. 왜냐고요? 지금부터 마케터의 진짜 하루일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9to6 기준입니다.)
08:45
회사 앞 카페에서 가장 큰 아메리카노를 사들고 사무실에 도착합니다. PC를 켜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메일 읽기입니다. 직원들이 출근하느라 조금은 어수선한 근무시작시간 전에는 다른 사이트에서 보낸 광고메일을 읽습니다. '요즘은 이런 게 잘 나가네', '여기는 이런 이벤트를 하고 있네?' 괜찮은 내용들은 캡쳐해서 [마케팅참고자료] 폴더에 저장해 둡니다.
그리고 나면 뉴스를 봅니다. 집에서 출근준비하며 아침 뉴스를 보기 때문에 회사에선 헤드라인만 읽는 정도로 훑습니다. 사회이슈는 무조건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한창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뜨거웠을 당시, 모 부서에서 메이드인재팬 상품을 카테고리 메인에 노출한 적이 있습니다. 발견하자마자 즉시 담당자에게 얘기해 내림 처리했던 기억이 있네요.
09:00
근무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이 시간만을 기다렸다는듯이 메신저 창이 깜빡입니다. 상담실 직원입니다.
"대리님 안녕하세요~ 혹시 기프티콘 주는 이벤트요. 어느 부서에서 하는지 아시나요?"
모든 회사가 그렇지 않겠지만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각 부서에서 단독으로 진행하는 이벤트가 많기 때문에 아무리 상담실에 공유를 해주어도 100% 숙지하는 건 불가능 합니다. 거기다 고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다짜고짜 경품 주는 이벤트 당첨이 됐는데~ 라며 문의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첨안내 문자에 이벤트명을 꼭 넣는데도 왜 그러실까요ㅠㅠ)
그렇지만 홍반장 마케팅팀은 전 부서에서 진행하는 프로모션을 꿰고 있습니다.
"스벅 기프티콘 주는 이벤트라면 A부서에서 하고 있어요. 담당자는 00 대리님이요!"
"넵 수고하세요~"
"네^^"
09:30
한 건 처리했으니 이제 주간업무일지를 작성합니다. 로그분석시스템을 보며 문자, 메일, 푸시에 대한 성과를 정리합니다. 숫자가 나쁘지 않네요. 이따 주간회의 때 할 말이 생겨서 기쁩니다.
11:30
다른부서에서 당장 내일 에어컨 기획전 푸시를 발송해 달라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음...내일 채널 스케줄표를 확인합니다. 아침마다 나가는 광고메일, 오후2시엔 할인쿠폰 푸시가 예정되어 있네요. 회사입장이 아닌 고객입장에서 생각해 봅니다. 아침에 B쇼핑몰에서 광고메일을 보고, 점심먹고 푸시를 받았는데 몇시간 뒤에 또 오네?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많습니다. 고객의 피로도가 높아질 위험이 있죠. 네이버에서 날씨를 보니 이번주 금요일엔 거의 여름날씨라고 하네요. 요청메일에 회신을 합니다. 마침 금요일 기온이 25도나 올라간다고 하니 에어컨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을 느낄 시점에 보내자고요.
14:00
점심을 먹고 또 카페에서 커다란 커피 한 잔을 삽니다. 밥을 먹었는데도 왜 허한지 간식창고에서 초코과자 몇개를 꺼내 옆에 둡니다. 다음 분기 마케팅 액션플랜을 작성하고 있는데 기획팀에서 전화가 옵니다. 서비스페이지 개편을 하는데 문구 검토를 해달라고 합니다. 고객의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친절하고도 명확한 문구로, 매끄럽게 다듬어야 하는 작업입니다. 이번주 내로 회신하겠다고 말합니다. [기획팀 문구 검토 회신] 이라고 메모장에 체크해 둡니다.
16:00
마케팅팀 주간회의 시간입니다. 팀원들 업무의 이슈를 공유하는 시간인데요. 지난주 오픈한 이벤트 참여율이 저조하다고 하네요.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겠습니다. 우리 쇼핑몰에서 구매한 경험이 있는 고객 중 아직 이벤트 페이지의 존재를 모르는(=방문하지 않은) 고객 대상으로 타겟 문자를 보내볼까 고민해 봅니다. 자리에 가면 예산표 파일을 열어봐야겠습니다. 팀장님께서 전년동월대비 구매전환율이 움직이는 모양새가 이쁘지 않다고 하시네요.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17:00
타부서에서 광고효율 문제로 잠깐 미팅을 요청합니다. 광고현황리스트와 유입분석 파일을 프린트해서 가져갑니다. 30분 안에 끝나길 기도하며...
18:00
생각보다 간단하게 끝났습니다. 다행히도 남은 업무들은 내일로 미뤄도 문제 없을 녀석들만 남았네요. 슬슬 정리하고 내일 꼭 챙겨야 하는 것들은 메모장에 적어둡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과 창의력, 정말 중요하죠. 그런데 저는 그것보다 더 값을 쳐주는 능력을 꼽으라면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넓은 시야을 말하고 싶어요. 마케터는 여러부서와 코웍을 해야 합니다. 상품MD부터 디자이너, 기획자, 개발자까지 엮이지 않는 부서가 없을 정도로요.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중요합니다. 마케터는 인싸만 할 수 있어! 는 아닙니다. 물론. (저는 한없이 아싸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또, 누구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고객 입장에서, 개발자 입장에서, 기획자 입장에서, 회사 입장에서 두루두루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를 설득할 수 있거든요. 그게 디자이너든지, 아니면 고객이든지요.
어쩌면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마케터와 거리가 멀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마케터들 사이에선 이런 웃픈 말도 돌곤 합니다. "잘되면 상품 덕, 망하면 마케팅 탓" 이라고요. 그럼에도 이 업계에서 발을 못 빼는 것은 내가 보낸 푸시 하나로 구매까지 이어지는 고객을 볼 때마다, 내가 오픈한 이벤트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될 때마다 보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대단하진 않지만 생각만큼 재밌는 게 바로 마케터란 직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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