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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구, 그 이상을 파는 곳 : 이케아의 고객 커뮤니케이션
    배움의 고통 2020. 6. 7. 15:29

     

    이케아 가보셨나요? 저는 얼마 전 처음으로 이케아 매장에 다녀왔었는데요. 눈 돌아가는 쇼룸부터 가성비 터지는 제품까지 쇼핑몰을 간 게 아니라 마치 놀이공원에 놀러간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 중에서도 이케아의 독특한 고객 커뮤니케이션이 눈에 띄었습니다. 

     

    종합쇼핑몰이나 마트에 갔을 때 봤던 문구 중 기억나는 게 있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오늘의 할인', '특가상품', '유기농 코너', '30%할인행사' 같은 고객혜택 중심의 문구만 기억할 겁니다. 직관적이죠. 고객이 알고 싶어하는 핵심만 말해줍니다. 

    [알뜰코너] 라고 써있는 간판 밑에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계산대에서 환불처리된 것들을 조금 다운된 가격에 팔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장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코너입니다. 별도의 추가적인 안내 없이도요. 

     

     

     

    그런데 이케아는 참 독특합니다. 

    "버릴 물건은 하나도 없어요!"

    그동안 키워드 위주의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경험한 고객으로써는 다소 생소합니다. 좀...한 번에 뽝! 와닿지 않는 느낌도 들고요. 뭘 저렇게 구구절절 설명하나 싶죠. 

    읽어보면 고객에게 두 가지 가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작은 흠집이 났거나 환불된 상품이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다. <- 경제적 가치

    버려질 뻔한 수많은 제품이 새롭게 태어나는 공간이다. <- 감성적 가치

     

    주로 '태어나다'라는 말은 생명체에게나 사용하는데 이케아는 '버려질' 뻔한 제품이 다시 '태어난다'고 말하면서 고객의 감성을 건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이케아에서 본 카피 중 가장 와닿았어요.)  

     

     

    그 외에도 이케아의 친절한 카피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케아의 고객 이동경로는 쇼룸+가구>소품>창고>계산>카페&레스토랑 입니다. 영화에나 나올법한 쇼룸을 보면서 고객은 '내 방도 저렇게 꾸며볼까'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쇼룸에서 전시된 제품의 구매를 유도하는 구조입니다. 이케아 매장 입구의 에스컬레티어 앞에 표지판입니다. 

     

    "쇼룸부터 둘러보세요"

    국내에 이케아 매장이 많이 없기도 하고 처음 방문하는 고객에게는 낯선 분위기인데 이렇게 친절하게 안내해 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마도 이케아의 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가 큰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쇼핑센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층별안내' 문구를 넣어보았습니다. 네. 층별로 뭐가 있는지 안내하고 있습니다. 고객은 추리해야 합니다. 지하1층은 주차장이니까 아니고, 1층은 계산하는 곳이니까 여기도 아닐테고 2층으로 가야겠네. 좀 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쇼룸 2F" 라고 쓰여져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쇼룸2F]와 [쇼룸부터 둘러보세요. 2F] 어떤 차이일까요? 

     

    이케아는 안내가 아닌 제시를 합니다. 앞으로 나오는 모든 카피들의 톤앤매너는 안내보다 제시입니다. 고객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요. ~어떨까요? ~있죠? ~일겁니다. 등과 같은 소프트한 톤앤매너를 유지하며 고객에게 접근합니다. 

     

     

     

    이케아 쇼룸입니다. 판매중인 상품을 디피해놨다는 느낌보다는 마치 전시회에 온 기분이 들게 합니다. 오픈형 벽걸이 수납장이 아니라 오픈 옷장에 어울리는 수납 솔루션 이라고 표현한 점이 마음에 듭니다. 침대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침대처럼 가구를 파는게 아니라 우리가 너네집 인테리어 솔루션을 제공해줄게 라는 의도가 보입니다. 

     

     

    침실 쇼룸의 카피입니다. 저는 감성적이지 못한 사람이라 저런 카피를 보면 감탄만 나옵니다. 어떻게 저런 카피를 쓰지...

    이케아가 묻고 있죠. 오늘 아침 어떤 잠에서 깨어났는지요. 그리고 그 옆에 당장이라도 드러눕고 싶은 침대가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저 포근한 침대에서 잠을 깨는 내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이케아는 이런 식으로 제품과 고객의 거리를 가깝게 만들어 줍니다. 

     

     

    거실 쇼룸에 있던 쇼파 바로 옆에 있는 안내 문구입니다. 오브제 자체가 안내판 역할을 합니다. 왜 쇼룸 입구에서부터 [전제품 당일배송] 이라고 안내하지 않은걸까요? 고객은 지금 남의 집 거실, 침실, 화장실, 공부방을 구경하고 있는 중입니다. 고객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방법인거죠. (물론 벽면에 배송시스템에 대한 안내가 상세하게 있긴 합니다.)

     

     

    거실 쇼룸입니다. 저런 집에서 살고 싶네요...ㅠㅠ 모든 쇼룸은 직접 앉아보고 만져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화장실 변기만 빼고요) 그리고 쇼룸에 디피된 모든 제품에는 전부 가격표가 붙어 있습니다. 

     

     

    쇼룸마다 이렇게 풀패키지(?) 가격 또한 안내되어 있습니다.  가격 안내만큼은 노빠꾸입니다. 정확한 가격을 안내함으로써 고객에게 경제적 가치를 제공합니다. 

     

     

    아무래도 매장이 넓다보면 공간지각능력에 과부하가 오게 됩니다. 마치 고터지하상가에서 내가 왼쪽으로 왔는지 오른쪽으로 왔는지, 이 가게 옷은 본건지 안본건지 매번 길을 잃는 것처럼요. 이케아도 워낙 매장이 넓고 수십개의 쇼룸이 즐비해 있는지라 자칫 길을 잃게 쉬운데요. 쇼룸 매장 바닥에는 이렇게 화살표가 그려져 있습니다. 또, 동선 자체도 여러 갈림길보다 One-way 형태이기 때문에 그냥 이케아가 가란대로 가면 빠짐없이 쇼룸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거보고 약간 해외영화 자막보는 기분 들었습니다..ㅋㅋㅋㅋ여러분You..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IY제품, 설치배송제품과 같은 키워드보다는 좀 더 말랑말랑한 톤앤매너로 설치서비스가 있다는 걸 말해줍니다. 그나저나 나me와 IKEA가 어떻게 같이 한다는건지 모르겠네요. 반반DIY가 어떤 형태로 되는건가요. 

     

     

    마음에 들었던 카피 중 하나입니다. 매트리스같은 건 가격도 비싸고 일단 하루에 8시간 이상 몸에 닿는 제품이다 보니 고민의 시간도 긴 편입니다. 그런 고객의 고민을 캐치해 1년간 유예기간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쵸. 좋은 물건이라고 꼭 비쌀 필요는 없죠. 천원단위의 저가상품 모음 코너입니다. 

     

     

    합리적인 가격뿐 아니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환경오염 해결에 고객을 참여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가치 또한 제공합니다. 밋밋하고 까칠까칠하지만 단 돈 천원으로 업사이클 도어매트를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이케아는 가구제품 그 이상을 팔고 있습니다. 마치 전시회를 관람하듯 적절한 조명과 세련된 배경음악, 친절한 카피들은 고객에게 우호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특히 이케아의 카피들은 직접적으로 구매에 기여하진 못할지라도 고객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기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한 번 좋은 경험을 한 고객은 재방문과 구매로 이어집니다. 경험으로부터 형성된 이미지는 쉽게 소멸되지 않습니다. 그게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지요. 비슷한 가격, 할인혜택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면 고객 커뮤니케이션에 변화를 주는 것을 고려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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