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료 끝빵왕 : 양 손을 무겁게 하는 서울 빵집 BEST5
사람마다 음식을 고르는 기준은 전부 다릅니다. 좋은 재료를 썼는가, 건강에 좋은가, 가성비가 좋은가, 접근성이 좋은가 등등...저는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확실한 편이지만 빵에 한해서는 박애주의자입니다. 건포도가 든 모카빵도, 시큼한 호밀빵도, 손바닥보다도 작은 게 6,7천원이나 하는 사악한 빵이라 해도 가리지 않고 다 먹어봅니다. 많이 먹어볼수록 빵마다 각자의 매력이 있더라구요.
오늘은 그 중에서도 부재료가 그득그득 들어간 부재료 끝빵왕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낙성대역 쟝블랑제리
주소 : 서울시 관악구 낙성대역길8
영업시간 : 매일 07:00~22:00(명절 휴무)
가격 ★★★★★
맛 ★★★★☆
접근성★★★★★
쟝블랑제리는 워낙 방송도 많이 타고 관악구는 물론 전국구로 유명한 빵집입니다. 블로그글만 해도 네이버 기준 7천개가 넘어가니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빵집으로썬 어마어마한 유명세가 아닐까 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일요일은 정기휴무일이었지만 서울역에 2호점을 오픈하면서 본점(낙성대역)도 매일 영업합니다. 쟝블랑제리는 신림-강남 남부순환로 큰 길가 낙성대역에서 내려 주유소 모퉁이를 돌면 바로 만날 수 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우선 어마어마한 빵 크기에 압도 당합니다. 장발장이 훔쳤던 빵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종류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단팥빵 같은 경우에는 워낙 이곳의 시그니쳐&스테디라 진열대에는 없고 카운터에서 계산할 때 말하면 바로 꺼내줍니다. (단팥빵 1,800원) 사실 쟝블랑제리에서 시그니쳐를 논하는 건 의미가 없을 정도입니다. 잡곡크림치즈, 맘모스, 생크림단팥빵, 초코범벅 등 가성비 터지는 제품들이 너무 많아서 정신놓고 담다보면 바구니에 한가득입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살짝 마이너한 빵을 소개해 드릴게요.
진열대 옆 냉장코너에 있는 닭가슴살 샌드위치(6,000원)입니다. 정확히는 베이글 샌드위치네요. 겉이 살짝 질깃한 호두베이글을 반갈라 마요네즈 소스, 양상추, 엄청 두꺼운 토마토, 피클, 치즈 2장, 그리고 키포인트 닭가슴살이 꾸역꾸역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근손실 방지용 닭가슴살에 비하면 상당히 불량(?)스럽습니다. (그러니 다이어터들은 이름에 속지 말것!) 먹기 부드럽게 찢은 닭가슴살이 간장소스에 절이다시피 듬뿍 머금어 꽤 짭쪼롬 합니다. 만약 스타벅스에서 동일한 스펙으로 판다고 하면 못해도 9천원은 받을 거라고 봅니다.
약수역 빵굼터
주소 : 서울시 중구 다산로139
영업시간 : 매일 06:00~23:30
가격 ★★★★★
맛 ★★★☆☆
접근성★★★★☆
얼려먹는 슈크림빵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쟝블랑제리와 함께 서울에서 가성비 투탑으로 꼽히는 곳이 아닐까 해요. 지금은 많이 없지만 한 때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 빵굼터 라는 프랜차이즈 빵집인데요. 약수동점은 특히 빵이 무겁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특히 슈크림빵은 미친 가성비를 자랑합니다.(현재 1,800원이지만 과거엔 1,300원이었음)
비록 고급진 바닐라빈 알갱이는 보이지 않지만 빵은 거들뿐, 몽글한 크림이 한가득인 단면을 보고 있자면 유명세에 납득이 갑니다. 워낙 인기가 좋아 인당 3개씩 판매하고 있어요. 단점이라면 슈크림의 양이 너무 많아 한 입 베어불면 크림폭탄이 터집니다. 빵을 씹어먹는 게 아니라 마신다고 표현하는 게 더 어울릴 정도로요. 그래서 얼려먹는 걸 추천합니다. 얼려 먹으면 마치 아이스크림 투게더를 먹는 것과 비슷합니다.
영등포 오월의 종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영중로15
영업시간 : 매일 10:30~22:00
가격 ★★★★☆
맛 ★★★★★
접근성★★★★★
이태원이 본점인 빵집입니다. 본점은 오픈 전부터 줄서서 기다리는 작은 빵집인데요. 하드빵 계열(깜빠뉴, 바게트)이 강한 빵집입니다. 한남동과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분점을 두고 있습니다. 타임스퀘어점은 매장 크기도 크고 먹고 갈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해 자주 가는 편입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본점의 퀄리티가 더 나은 듯 합니다. 좋아하는 건 무화과 호밀(2,500원)과 르방 올리브 입니다.
파리바게뜨에서도 2,500원짜리 빵 찾기가 힘듭니다. 특히 호밀빵류는 재료비부터 비싸서 이런 하드계열은 약간 고급라인(?)에 속하죠. 그런데 2,500원이라니. 심지어 와인에 절인 무화과가 한가득 들어있는데 말이에요. 크기는 미니 바게트정도 됩니다. 호두가 박힌 호밀바게트는 딱딱해서 먹을 때 입천장을 괴롭히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해 집니다. 무화과가 해도 많아 사진으로 보면 좀 무서워 보일 지경이네요. 바로 며칠 전에 타임스퀘어점 갔을 때에는 위 사진보다 무화과 양이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제가 뽑기를 잘못한건지, 양 자체가 줄었는지는 모르겠지만...그럼에도 영등포에 가면 꼭 사오는 빵입니다.
노들역 브레드숨
주소 :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로18길 37
영업시간 : 매일 10:30~19:30(명절 및 일요일 휴무)
가격 ★★★☆☆
맛 ★★★★★
접근성★★★★☆
탕종식빵을 잘하는 집입니다. 한강대교 건너기 전 노들역 5번 출구에서 동네 시장(?)같은 골목 초입에 있는 아주 작은 가게입니다. 세 사람이 들어가기도 빠듯한 공간이지만 부재료만큼은 넉넉하게 들어 있습니다. 한 때 유행처럼 여기저기 출시되었던 큐브식빵(정사각형의) 안에 고구마, 치즈, 팥, 말차, 베리 등 다양한 재료를 넣은 식빵이 시그니쳐 입니다. 저는 여기서 홍차쿠키도 먹어봤는데 나쁘지 않았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팥마차식빵(4,500원)입니다.
수분감 강한 식빵이 굉장히 야들야들합니다. 반갈라보면 부재료가 선물처럼 나타납니다. 아래는 고구마 크림치즈, 위는 팥+마차크림입니다. 고구마 크림치즈는 탄수화물+탄수화물 조합인데도 식빵의 수분감으로 퍽퍽한 느낌을 눌러줍니다. 보통 부재료 비중이 높은 경우, 부재료에서 승부를 보기 때문에 빵피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편이지만 브레드숨은 빵부터 맛있습니다. 기본이 되는 식빵이 완벽하니 크기에 비해 조금 비싸다는 감이 들지만 전혀 아쉽지 않은 수준의 퀄리티입니다.
망원동 어글리 베이커리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13길 71
영업시간 : 매일 12:00~21:00
가격 ★★☆☆☆
맛 ★★★★☆
접근성★★★☆☆
며칠 전 예능프로그램 <편스토랑>에서 이영자님이 먹어 더욱 유명해진 어글리베이커리 입니다. 셰프분께서 매장 오픈 전 연습삼아 만들어내는 거 인스타로 구경할때만 해도 이렇게 줄서서도 못 사먹을 정도로 유명해질 줄은 몰랐네요ㅠㅠ
방송으로 지금은 무조건 웨이팅, 또 웨이팅을 해야하는 가장 핫한 빵집 중 하나입니다.
다행히도 저는 방송 타기 전 망원동에 갔다가 빵 몇개를 사왔었는데요. 궁극의 말차 생크림 단팥빵과 얼그레이 크림빵, 스콘을 먹었습니다. 빵 중에 저는 팥이 들어간 빵종류를 추천드려요. 셰프님의 어머님께서 직접 쑤신 국내산 팥앙금으로 만들거든요. 크림도 설탕맛이 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빵빵한 부재료에 비해 정갈하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말차 생크림 단팥빵입니다. 팥앙금과 말차크림의 비율이 조화롭습니다. 씁쓰름한 향도 묻히지 않아서 괜찮았던 기억이 나네요. 단맛이 비교적 약한 크림이 든 빵들은 얼려먹기 보다는 상온에서 먹는 게 좋습니다. 얼려 먹으면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밍밍한 맛이 강조됩니다. 사실 빵피는 크게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팥의 퀄리티가 빵피를 커버해 줍니다.
"빵이 무슨 식사야? 간식이지" 라고 생각하는 분들께서는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찾아가는 수고와 노력이 아깝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