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일기 : 뭐든지 처음이 가장 어렵다 혼운데뷔!
지난 6월 방문연수를 시작하고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겁도 많고 회피형 성향이 있어서 하기 싫은 건 잘 안하려는 편인데 대신 일단 해야하는 상황이 되면 엉엉 울면서 어떻게서든 하거든요. 면허 따고 연수 1회차 받은 상황에서 어차피 운전을 할거라면 일단 빼도 박도 못하게 차부터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단
차를 삼!!!!!!!!!!!
(갑자기..?)
처음엔 캐스퍼를 사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중고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아반떼, 티볼리, 베뉴 등등....케이카 문턱이 닳도록 계속 중고 매물을 들여다 봤습니다. 괜찮은 티볼리 매물을 보고 바로 계약...!! 까지 갈 뻔했으나 막판에 어떠한 이유로 예정에도 없던 스파크를 사버렸답니다. 제가 무언가를 결정할 땐 남 의견을 잘 안 묻거든요. 그냥 저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는 타입...ㅋㅋㅋㅋ 그래서 회사 동료들과 얘기하다가 '나 차샀어요' 라고 하니까 무슨 차를 카페에서 커피산 것처럼 여상히 얘기하냐고 하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그렇게 갑자기 차가 생겨버렸어요. 연수 1회차 받은 시점에서;;;;;; 그래서 차 인수도 가족이 도와줌 ㅠㅠ ㅋㅋㅋ
그리고 총 20시간의 연수를 받았습니다.
첫인상이 깨나 마음에 들었던 연수쌤은 잦은 당일 스케줄 취소(반차까지 냈는데!)와 우리집은 주차가 어렵다는 이유로 본인이 운전하기 편한 곳까지 운전을 해서 같은 도로 1시간반 내내 뺑이 돌게 만들어 10시간 4회 연수받는 동안 제가 핸들 잡은 시간은 3시간도 채 되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또 연장을 얘기하시길래 거절을 했습니다. 집 주소와 핸드폰번호까지 다 오픈된 상태라 뭐라 따지거나 불편한 상황 만들기 꺼려져 에휴 똥밟았다 하는 생각이었어요... (돈아깝ㅠㅠㅠㅠ)
그리고 다른 연수쌤에게 10시간을 추가로 받았습니다! 약간 나이가 있으신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이 분은 일단 냅다 절 운전석에 앉히고 바로 10km 거리의 대형마트로 내비를 찍으시더라고요. 엉??? 엉???????에??? 하면서 일단 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루트도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정했어요.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도 가고, 제 사무실도 가보고, 동물병원도 가보고, 사람 붐비는 홍대입구역도 가보고요! 연수쌤이 약간 큰고모st이셔서 수다떨면서 긴장도 안하고 연수를 마쳤어요. 방문연수 여자쌤 구하기 진짜진짜 어려운데 저는 정말 운이 좋았어요. 여자쌤 수요대비 공급이 많이 없어서 대부분 지인 추천으로 예약하는데 저는 어쩌다 학원 통해서 딱 예약했거든요! 후후... 여튼....
그리고 이제 실전이다
혼/자/운/전
옆에 아무도 없을 때 비상상황 생기면 어떡하지?
차선변경할 때 뒤에 차는 누가 봐주지????
사고나면 어캄?????????
등등.... 너무 많은 걱정으로 도저히 혼운을 시도할 엄두가 안나더라고요. 하...근데 어쩌겠어요. 난 이미 자차소유자인걸...^_ㅠ
그래서 일단 또 빼박 못하게 저지르기....저에게 셀프로 미션을 하나 생성해 주었습니다.
MISSION
한가람미술관에서 뭉크 전시보기
예술의 전당을 혼운 데뷔 장소로 선정한 이유!
차선변경 거의 없이 남부순환로만 쭉 타면 되는 비교적 어렵지 않은 길
버스타고 자주 가봐서 익숙한 길
집에서 30~40분 거리라 적당쓰...
일단 티켓을 사고 이틀 전부터 방문닫고 티맵 모의주행 맹연습 돌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진짜 긴장 안하려고 일부러 음악 틀어놓고 아무렇지 않은 척 흥얼거렸어요....
비록 한 번 차로를 잘못 들어 예상에 없던 유턴으로 50분이나 걸렸지만...어찌저찌 무사히 도착! 하지만 전시를 보는 내내 '하 ㅅㅂ집에 어떻게 가지'란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ㅠㅠㅠㅠㅠㅠ 계획은 점심도 먹고 가는거였는데 입맛도 없고....그저 운전할 생각만 하느라 전시만 보고 바로 집에 갔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손을 만져보니 손이 차가웠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이게 한 번 하니까 또 나가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좋아하는 빵집 다녀오기! 집에서 버스타면 도어투도어로 1시간 20분이나 걸리는 곳이고 워낙 유우명한 곳이라 오전에 다 소진되어 큰맘 먹고 가야하는 빵집인데ㅠㅠㅠㅠ 자차로 30분컷....!! 정말 편하게 다녀왔어요.
가끔 동네에 애매~한 곳이 있잖아요? 버스로 15분(근데 배차간격 8분), 도보로 13분, 자차로 5분...이런 곳이요.
동네 마트, 미용실, 맥드라이브 등등 소소하게 계속해서 핸들 잡고 무서움을 이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보통 일주일에 3번은 운전하는 것 같아요.
아직 혼운은 10번도 안됐는데 이미 주차하다가 오른쪽 엉덩이랑 사이드미러 긁었어요 ㅋㅋㅋㅋㅋㅋ괜찮음... 사람만 안 치면 된다는 생각..! 집 주차 너무 어려워서 혼자 주차시도하다가 긁은건데 이후로 집 주차 엄청 잘함 수정주차 한번이면 쏙 넣는답니다 후훗😎
도로에서 최대한 민폐가 되지 않으려고 유튜브로 영상도 많이 보고 공부하는데 제가 아직도 속도가 오르면 겁이 나서 차가 많이 흔들려요.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들어가더라고요. 특히 옆에 버스나 차가 있으면 부딪힐 것 같다는 느낌에 자꾸 옆으로 피하는 문제가 ㅠㅠ 그러다 보니 고속도로는 아직 혼자 갈 엄두가 안나요. 고속도로는 시내주행에 좀 더 자신감이 붙은 뒤에 천천히 도전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다행히도 제가 초보를 붙여놔서 많이들 배려해 주세요. (원래 4개붙였다가 오바라그래서 2개 뗌 ㅋㅋㅋ ㅠㅠ)
깜빡이 켜고 차선변경 못하는 것 같으면 슬슬 속도 낮춰서 들어오라고 배려해주는 분들도 너무 감사하고 천천히 가는 초보운전에 빵 안하고 알아서 추월해 가시는 분들도 너무 감사해요. 아직까지는 별 탈 없이 운전했는데 앞으로도 문제없이 운전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