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토크

나도 운전하고 싶다 : 운전면허증 취득 일기

동그란 헹 2024. 6. 16. 12:27

 

저는 겁이 많습니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 다 타는 자전거, 롤러브레이드, 스케이트도 잘 타지 못했고 범퍼카나 루지같은 것도 무서워서 좋아하지 않았어요. 루지타러 갔다가 초딩들에게 추월당하기도....ㅋㅋ^_ㅠ 운동은 좋아하는 편인데 어떤 '탈 것'을 내가 조작하는 걸 무서워 해요. 왜인지는 모름....그래서 애초에 면허는 딸 생각도 하지 않았고 시도도 안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30대가 되고, 업무적으로 이동이 많아지고, 또 우리 고양이도 나이가 들면서 병원 갈 일이나 그 이후의 일을 생각하니까 차가 있어야 겠더라고요. 그래서 2024년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면허따고 차 사기'를 넣어놨습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사실 면허학원 등록하는 것도 한 달은 고민했어요. 오늘은 학원 등록해야지~ 라고 결심한 날 아침이면 꼭 모닝와이드에서 블랙박스 사고영상을 보게 되서...ㅋㅋㅋㅋ아.....굳이 차를 사야할까? 운전을? 내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갈팡질팡 고민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냅다 학원을 등록해 버렸습니다. 

 

조금 민망한 이야기지만 2년 전에 필기는 합격한 적이 있어요. 필기까지는...ㅋㅋㅋ그리고 학원 등록을 해야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필기 유효기간 1년을 지나서 또 흐지부지..원래 정말 계획적이고 추진력 있는 타입인데 왜인지 운전면허 따는 건 자꾸 회피하고 싶어지더라고요. 하지만 이번엔 빼도 박도 못하도록 일단 학원부터 등록하고! 거진 100만원 냅다 결제를 해버렸어요. 학원에서 필기는 땄냐고 물어보길래 이번주에 딸거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서동요 기법..!) 

 

100만원도 질렀고 필기도 딸거라고 말해버렸으니 주말에 또 급하게 필기를 땄습니다. 필기는 따로 공부 안하고 시험장 가는 버스 안에서 어플로 모의시험만 풀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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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은 컴퓨터로  보는데 과태료, 벌점, 만료기간 같은 숫자가 나오는 문제들만 외우면 나머지는 사실상 도덕/윤리 문제같은 거예요. 

 

 

횡단보도 신호등이 적색으로 바뀌었는데 아직 어린이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 때 해야 할 행동은?

1번. 적색이니 빨리 지나간다. (미쳤어?????????) 

2번. 내려서 어린이를 혼낸다. (우우 꼰대...) 

 

 

대충 이런 문제들이라 어렵진 않았습니다. 일단 필기는 땄고, 그 다음주 다시 학원에 갔습니다. 아..면허 따실 분들은 가능하면 1분기는 피하십쇼....갓 성인 된 학생들로 교육 일정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후딱 해치우고 싶었는데 교육 일정이 안나와서 저는 거진 2달에 걸쳐 땄네요ㅠ

여튼 주말 집순이가 이놈의 면허 하나 따자고 주말마다 학원엘 갔습니다. 

 

 

안전교육을 듣는데 대부분의 앳되어 보이는 학생들이었어요. 나 뭐 하다가 이제 따니...ㅠㅠ 아줌마가 조금 늦었지...?

그리고 드디어 장내기능 실습! 모든 게 처음 해 보는 거라 바보가 된 기분이었어요. 혼자 대출도 받아보고, 이사도 준비하고, 회사도 다니면서 어른이 다 되었다 생각했는데 시동 켜는 법조차 몰라 허둥대는 제 자신에 조금 우울해 졌었습니다ㅠㅠㅠ

 

저는 엑셀, 브레이크 조작이 너무 어려웠어요. 아주 살살 밟아야 한다고 하는데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급정거, 급출발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핸들 조작도 제 마음처럼 되지 않았...^_ㅠ 고작 50분 핸들 잡았는데 한겨울에 식은땀을 흘릴 정도였어요. 누군가는 운전 처음 해보니 재밌었다고 하는데 저에겐 솔직히 주말마다 학원가는 게 고역이었어요. 

 

 

그리고 대체 외워야 하는 건 왤케 많은지...핸들을 한바퀴 다 돌리고 반바퀴 다시 반대로 돌리고 열다섯바퀴 오른쪽 세바퀴 왼쪽 두바퀴 다시 왼쪽... <- 대충 이런 느낌..청기백기때문에 이미 머리는 정지됐고, 옆에서 강사할배는 자꾸 감으로 해야된다 그러는데 아니 운전을 처음 해보는데 감이 어딨냐고요. 연습도 못하고 일주일에 한번 겨우 하는건데요.....

 

그래도 어찌저찌 또 장내기능 시험을 만점을 받고(만점받은 것도 신기함ㅋㅋ) 마지막 도로주행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이게 실제 도로로 나가는 거다보니까 또 긴장이 되더라고요. 첫 수업은 완전 개판이었습니다. 도로위의 살인마, 예비살인자, 살인꿈나무...뭐 이런 수식어가 어울리는 운전이었네요. 

 

차로유지 안됨 -> 우측으로 자꾸 붙음 -> 옆 차선에서 빵빵 -> (멘붕) -> 깜빡이 안 켜고 차선변경(이건 당시 잘못한줄도 몰랐음) -> 우회전 핸들을 너무 빨리 틀어서 연석 들이받을 뻔 -> (멘붕) -> 강사할배가 핸들 천천히 돌리라고 혼냄 -> 유턴하는데 핸들 천천히 돌리다가 도로 위에 올라갈뻔 -> (멘붕) -> 하필 그 날 내 차선 앞에 사고가 나서 정차 -> (멘붕) -> 사고난 차 뒤에 나도 줄섰음 -> 강사할배가 뭐하냐고 함 -> "그럼 어떡하냐" 시전....거의 이런 상황이었네요. 집에 가니까 완전 녹초... 

 

첫 주행 후에 자존감 자신감 모두 개박살이 나서 솔직히 학원 환불규정도 알아봤어요. 나같은 인간은 운전을 하면 안돼!! 도로에 나가는 건 폭탄이다!!!! <- 거의 이런 마음이었네요.....그치만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순 없다고 위로하며 자기 전마다 도로주행 코스를 유튜브로 보고 초보운전 팁 숏츠도 열심히 찾아봤어요. 

그리고 두 번만에 면허를 땄습니다. (3월말) 

 

 

드디어 나도 해냈다! 

 

 

솔직히 면허 딴 것도 좋았지만 드디어 주말마다 학원 안 가도 되는 게 행복했어요. 정말 만나는 사람마다 면허증 보여줬네요ㅋㅋㅋㅋㅋ"국가자격증 취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미 지금 마음은 가평 캠핑장가서 차박하고 있음 ㅋㅋㅋ강릉 해수욕장 앞에 트렁크 열어놓고 차크닉 즐기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남은 건 운전연수와 차 사기! 

운전연수는 다음 편에...